임신을 준비하거나 막 시작한 많은 여성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감정은 설렘과 함께 오는 불안감입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유산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주변 지인을 봐도 “그때 조심했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들려오곤 하지요. 하지만 시기별로 유산의 위험도는 다르고, 그 원인과 예방 방법 또한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임신 초기부터 후기까지 유산이 일어날 가능성과 원인,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예방 방법까지 현실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임신 초기(1~12주): 가장 불안한 시기, 염색체 이상이 주된 원인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뜬 순간부터 마음은 들떠 있지만, 동시에 불안도 커집니다. 임신 초기 유산은 전체 유산의 80% 이상이 이 시기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6~7주 차에 심장박동이 확인되기 전까지가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유산 대부분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엄마가 무리했거나 감기에 걸렸거나 해서 생긴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태아 스스로 생존이 어려운 유전적 오류가 생긴 경우, 몸은 자연스럽게 임신을 중단하는 것이죠.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초기 유산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유산을 경험했거나 고령임신(만 35세 이상)이라면, 초기부터 정밀한 호르몬 검사, 자궁 상태 점검, 엽산 섭취 등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로를 줄이고, 안정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임신 중기(13~24주): ‘안정기’라 해도 긴장의 끈은 놓지 말아야
많은 사람들이 임신 중기를 “안정기”라고 말합니다. 입덧이 줄고 태아도 안정기에 들어서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지만, 이 시기의 유산은 자궁경부 문제나 감염 등 ‘모체 원인’에 의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는 자궁경부무력증입니다. 자궁 입구가 너무 약해서 태아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열리는 경우죠.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나치기 쉽고, 그 결과 조기 양막파열로 유산이나 조산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정기 초음파를 통해 자궁경부 길이를 체크하고, 필요 시 봉합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질염이나 감염입니다. 중기 유산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인데요, 특히 무증상 감염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속옷은 면 제품을 착용하고, 통풍이 잘 되게 하고, 질 분비물 변화나 복통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중기 유산은 “예방”이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임신 후기(25주 이후): 유산보다 조산을 더 경계해야 하는 시기
25주가 넘어가면 유산이라는 표현보다는 조산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됩니다. 국내 기준으로 24주 이후는 생존 가능성이 생기는 시점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여전히 태반 이상, 양수 문제, 임신중독증, 당뇨 등의 이유로 태아가 자궁 안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반 조기박리는 태반이 제때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분만 전에 조기에 떨어져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럴 경우 응급 제왕절개를 진행해야 하며, 산모와 태아 모두 위협받게 됩니다.
그래서 임신 후기에는 태동을 꾸준히 느끼고, 규칙적인 산전 진료와 심박수 모니터링, 고혈압·단백뇨 체크 등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몸이 무겁고 피곤하더라도 “지금 이 시간이 아이에게는 평생의 건강을 결정짓는 시간”이라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보세요
유산이라는 단어는 참 조심스럽고, 듣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걸 미리 알면, 막을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불안에 휩싸이지 말고, 내 몸을 이해하고 관리하며, 의료진과 꾸준히 소통하세요. 출산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해보세요. 그 모든 것이 엄마와 아기 모두의 힘이 됩니다.